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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유럽 통합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나 -2

by 망고러버 2022. 12. 27.

유럽 대교

 

유럽의 지리적 경계 자체도 분명하지 않다.

서쪽 끝은 물론 대서양과 인접한 포르투갈이나 영국, 아일랜드 등일 것이다. 그러나 동쪽으로 가면 그 구분이 그리 명확하지 않다. 예를 들면 헝가리 사람들은 유럽이 헝가리의 동부 국경에서 끝이 난다고 주장하지만, 러시아 사람들은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오래된 유럽의 도시라고 부른다. 우크라이나 역시 자신을 유럽 국가라고 주장한다. 터키는 역사적·문화적으로 상이한 전통을 갖고 있으며 오랫동안 '유럽 국가에 대한 주된 위협'이었다.' 이었다. 그러나 현재 터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일원이며, 유럽연합 회원국이 되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과거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은 대서양에서 우랄까지 유럽의 단합을 주창한 바 있는데, 이 견해에 따르면 유럽은 이들을 모두 포함하는 지역이 된다. 사실 러시아, 터키, 우크라이나는 모두 유럽의 각종 국가 대항 스포츠 경기, 예컨대 챔피언스 리그와 같은 유럽 클럽 간 축구 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비교적 동질화된 서유럽을 벗어나면 유럽의 다양성과 이질적 구성의 정도는 더욱 심해진다.

 

이런 상이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유럽을 단일 실체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즉 우리는 유럽에 다른 지역과 구분되는 명백한 공통의 속성이 존재한다고 느낀다. 우리가 종종 이야기하는 '유럽형의 건물', '유럽풍의 분위기', '유럽식 스타일은 모두 유럽을 공통의 특징을 공유하는 단일 실체로 이해하는 단적인 예이다. 그 구성원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유럽을 하나로

바라보게 하는 한 가지 중요한 이유는 과거 하나로 통합된 공동체' 였다는 역사적 경험 때문일 것이다. 하나의 공동체로서 유럽의 기원은 멀리 로마 제국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 제국은 북쪽으로 잉글랜드, 남쪽으로 북아프리카, 동쪽으로 터키, 서쪽으로 포르투갈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을 통치하면서 각 지역 간 물자를 교류시키고 문화를 전파하였으며, 유럽을 비슷한 정치 제도와 계급 구조를 갖는 사회로 만들었다. 로마가 닦아 놓은 도로를 따라 로마의 문화와 기독교가 유럽의 곳곳으로 퍼져 나갔고, 이후 유럽은 기독교라는 종교에 의해 하나의 정신적·문화적 공동체로 '통합' 되었다. 우리가 '유럽적'이라고 부르는 보편적인 특성으로서의 유럽의 문화는 이 시기에 확고히 뿌리내리기 시작하였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로마라는 제국의 지배와 여기서 비롯되는 정치·종교·문화적인 특성에 서 비롯되는 객관적 동질성은 중세 동안 지속되었지만 유럽이 주관적으로 자신을 하나로 인정하는 계기는 다른 문명과의 접촉과 교류, 혹은 충돌을 통해서이다. 십자군 원정과 이슬람 문명과의 대결, 오토만에 의한 동로마제국의 붕괴, 대항해 시대에 다른 대륙과의 접촉 등은 모두 유럽의 내부적 동질성과 공통점을 주관적으로 인식하게 해 준 계기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중세의 객관적 통합 공동체와 그 뒤를 이은 주관적 유럽 의식이 발전함과 동시에 유럽은 수많은 정치적 단위로 분열되었다.

예컨대, 비스마르크의 통일 이전 독일 지역은 400여 개의 군소 정치 단위로 나뉘어 있었다. 분열과 함께 국가 간 전쟁도 끊이지 않았으며, 유럽의 국경선은 언제나 변화해 왔다. 민족을 단위로 하는 하나의 독립된 국가를 형성하려는 노력은 민족주의가 유럽을 휩쓴 근대에 가장 뚜렷이 나타났지만, 오늘날에도 그러한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소련의 붕괴에 따라 소속 되었던 많은 공화국은 독립을 선포하였고, 그중 부유한 발트 3국은 이제 유럽연합의 일원이 되었다. 체코슬로바키아는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나뉘었다. 유고슬라비아 역시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코소보 등으로 분열되었다. 심지어 민주주의와 체제의 정통성이 확립된 서유럽 국가에서도 분리주의의 움직임은 발견된다. 에스파냐의 바스크 세력, 프랑스의 코르시카 세력, 영국의 스코틀랜드 민족당(Scottish National Party), 이탈리아의 파다니아 독립을 위한 북부동맹(Lega Nord) 등이 여전히 분립을 주장하는 세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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