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경제공동체와 유럽원자력공동체 조약은 1957년 3월 25일 로마에서 체결되었다.
유럽원자력공동체 조약의 서문에는 유럽의 평화와 번영 peace and prosperity)이라는 유럽 통합의 목적을 설명하는 핵심적 단어가 포함되었으며, 유럽경제공동체 조약의 서문은 이 새로운 공동체가 유럽 국민들 간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진 연합(an ever closer union among the peoples of Europe)을 향한 중요한 진전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로마 조약(Treaty of Rome)으로 불리는 이 새로운 공동체의 창설은 그 이전의 실패한 유럽방위공동체 계획과는 달리 프랑스 의회에서 맨 처음 비준됨으로써 순조롭게 출범할 수 있었다.
프랑스에서 이처럼 쉽사리 비준된 것은 1956년의 이집트 수에즈 사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당시 쿠데타로 집권한 나세르(G. Nasser) 대통령이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하자 영국과 프랑스는 이를 되찾기 위해 이집트에 군대를 파견하였지만 유엔을 통한 미국과 소련의 압력으로 무기력하게 철수해야만 했다. 국제 무대에서 유럽 국가, 즉 영국과 프랑스의 힘과 영향력이 약화되었음을 확인한 이후 프랑스인들은 이제 미국, 소련 등 초강대국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유럽의 단결이 필요함을 인식하게 되었고, 이는 로마 조약에 대한 프랑스 의회의 비준에 큰 도움을 주었다. EEC가 프랑스에 매력적으로 비쳤던 또 다른 요인은, 서독에게 EEC가 번창하는 서독 경제를 위한 거대한 공산품 시장으로 받아들여졌다면, 프랑스에게는 자국의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거대한 시장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유럽경제공동체는 자유 경쟁 원칙에 따른 공동시장의 설립을 그 목적으로 하였다. 자본과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을 규정하였고, 공동체 내의 관세 및 수량의 규제를 철폐하였으며, 공동체 밖의 국가에 대해서는 공동 대외 관세(CET: Common External Tanjff)를 부과하기로 하였다. EEC가 ECSC 보다 더 발전된 통합의 형태라는 것을 대외적으로 보여 주는 좋은 예가 바로 공동 대외 관세이다. CET는 관세 동맹(Customs Union)의 구축을 통해 공동체 외부의 국가에 대해 단일한 보호무역 체제를 형성함을 의미했다. 경제 분야에서 대외적으로 관세 동맹의 결성, 내부적으로 교역 규모 증 대와 함께, EEC 출범 이후 나타난 가장 중요한 성과의 하나는 공동 농업 정책(CAP: Common Agricultural Policy)의 수립이다. 이는 네덜란드의 만스홀트(S. Mansbolt)에 의해 주창되었는데, 농산물에 대해 공동 가격을 설정하고, 생산량 가격 조절을 위한 중앙 통제 정책을 도입하자는 것이었다. 공동농업 정책의 출범으로 주요 농산품에 대한 공동 가격제와 수입 농산품에 대한 공동 관세 제도가 도입되었고, 농업 생산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위한 유럽농업지도보장기금(EAGGF: European Agricultural Guidance and Guarantee Fund)을 설치하였다.
유럽경제공동체와 유럽원자력공동체의 기구는 유럽석탄철강공동체의 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이가 있다면 ECSC의 고위관리청 대신에 EEC와 Euratom은 집행위원회(Commission)라는 기구를 두었다는 점인데 명칭의 차이일 뿐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였다. 초대 집행위원장은 우리에게 도 할슈타인 원칙으로 잘 알려진 독일의 할슈타인(W. Hallstein)이 맡았다. 각료이사회 역시 각 기구에 설치되었고, ECSC의 공동의회를 대신하여 의회(Parliamentary Assembly)가 설치되었다. 로마 조약에서는 ECSC에 비해 의회의 권한이 다소 강화되었고, 의원의 수도 ECSC의 78명에서 142명으로 늘어났다. 의회는 집행위원회와 각료이사회에 대한 감독권, 집행위원회에 대한 질의권, 각료이사회의 예산 보고서에 대한 토의권과 예산의 실행권, 그리고 집행위원회에 대한 사찰권을 가졌으며, 2/3 이상의 결의로 집행위원회를 불신임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었다. 법원(Court of Justice)은 로마 조약을 해석하고 각 회원국이 그 규정을 준수하도록 할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이러한 EEC의 기구와 기능은 향후 보다 긴밀하게 통 된 유럽공동체(EC)나 유럽연합(EU) 같은 기구의 기본적인 성격을 규정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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